간병이 일상이 되었을 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병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하루 일정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병원에 가는 날을 따로 마음먹고 준비하지 않게 되었고,
달력 속 병원 일정도
아이들 학원 시간만큼이나 자연스러워졌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일도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간병이라고 해도 거창한 일은 없었다.
옆에 앉아 있는 시간,
설명을 다시 묻는 일,
집에 돌아와 약을 챙기는 일.
대부분은 말없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내가 뭘 더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점점
'오늘은 무사히 넘겼다'는 기준으로 하루를 정리하게 되었다.
기대치가 낮아질수록
하루는 조금 덜 힘들어졌다.
집에서는
여전히 엄마 역할을 해야 했다.
아이들은 학교 이야기를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엄마의 병과
아이들의 일상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섞이지는 않았다.
그 시기부터
나는 감정을 나누어 쓰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차분하게,
집에서는 평소처럼,
혼자 있을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무뎌지지 않으면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은
이 일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몰랐고,
어디까지 가게 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할 일을 하고,
내일 일정을 확인하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견디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다.
이 기록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던 간병의 시간을
뒤늦게 붙잡아 두기 위한 것이다.
'엄마의 투병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화 간병이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 (0) | 2026.01.02 |
|---|---|
| 5화 아픔을 견디는 엄마를 바라보며 (0) | 2025.12.31 |
| 4화 수술도 항암도 어렵다는 말을 들은 날, 말기암 진단 (0) | 2025.12.29 |
| 2화 달력에 병원 일정이 적히기 시작했다. (0) | 2025.12.27 |
| 1화 그날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0) | 202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