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항암도 어렵다는 말을 들은날, 말기암 진단
그날은 설명을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결과를 듣는 자리였고,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는 차분하게 말했다.
병의 진행 상태,
현재의 상황,
그리고 수술은 어렵다는 이야기.
말기암이라는 단어는 예상보다 늦게 들려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그래도 혹시'라는 말을
마음속에 붇잡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수술이라는 선택지,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이
그날 완전히 사라졌다.
놀라서라기보다는
이제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치료방법도,
확률도,
기간도
그날의 나는 묻지 못했다.
엄마는 내 옆에 앉아 있었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손만 꼭 쥐고 있었다.
괜히 눈을 마주치면
지금까지 버텨 온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 같아서.
설명이 끝났을 때
의사는 "질문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고,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병원을 나와서도
눈물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날의 감정은
울음보다는
텅 빈 쪽에 가까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는 걸.
그날은
말기암 진단을 들은 날이었고,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끝'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자리 잡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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