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들은 날을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날짜도, 날씨도 흐릿하다.
다만 병원 안의 공기와 의사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차분했다는 것만 남아 있다.
의사는 여러 설명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이해한 것도 있고, 지나쳐버린 말도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였다는 사실만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엄마도, 나도 말이 적었다.
차 안에서는 라디오가 흘러나왔고, 신호에 걸리면 멈췄다가 다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자 해야 할 일들이 먼저 떠올랐다.
아이들 하원 시간, 저녁 준비, 밀린 집안일.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밤이 되어서야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잠시 혼자 앉아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날 이후,
일상은 조금 달라졌다.
병원 일정이 달력에 추가 되었고, 전화벨 소리에 괜히 긴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평범한 하루들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은 시작에 불과했다.
엄마의 투병이라는 시간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았던 날.
나는 그저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 기록은
그날부터 시작된다.
아직 무엇도 확실하지 않았고, 아직 많은 것들이 말로 표현되지 않았던 시간에서..
그날의 상황은 여기까지 남긴다.
그날의 마음은
「딸의 마음 메모」에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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