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이 더 이상 어렵다는 말을 들은 날
그날도
병원에 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렸고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늘 하던 순서였다.
의사는
차트를 한 번 더 보더니
말을 고르듯
잠깐 멈췄다.
그리고
항암이 더 이상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중단이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계속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는 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는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설명보다 길게 남았다.
효과보다
부담이 더 커졌고
몸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의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진료실 안에서는
울지 않았다.
질문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말을
그 자리에 두고 나왔다.
병원을 나서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항암이 끝난다는 말은
곧 끝이라는 말처럼 들려서
생각을 멈추고 싶었다.
그날 이후로
'다음 치료'대신
'그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게 됐다.
아직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방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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