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병실의 공기가 달랐다
그날
호스피스 병실에 들어섰을 때
나는 바로 알았다.
어제와 같지 않다는 것을.
침대도,
커튼도,
창밖의 풍경도
그대로 였는데
병실의 공기만은
분명히 달랐다.
엄마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나를 오래 보지 않았다.
말기암 진단을 받고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날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고
말을 걸어도
반응이 느렸다.
나는 의자를 당겨 앉지 않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괜히 자리를 잡으면
이 하루가
길어질 것만 같았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간호사가 들어와
조용히 상태를 확인했다.
이전보다
말수가 더 적었다.
괜찮은지만 묻고,
엄마는
아주 작게
고개를 움직였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마지막을 앞둔 하루처럼
느껴졌다.
아직 아무도
임종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나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말기암 환자를 곁에서 지켜보는 보호자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나는
이미
조심스럽게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병실 안에서는
숨소리만 남았고,
병실 밖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계속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을 걸지 않아도,
손을 잡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날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하루였다.
무엇인지는
아직
말로 꺼낼 수 없었지만.
이글은
엄마의 투병과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시간을
딸의 시선으로 기록한 에세이 연재 중 한 편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
말이 줄어들고
식사가 멈추고
병실이 고요해지기까지의 시간은
누구도 미리 배워본 적 없는 이별의
과정이었습니다.
이 연재는
누군가를 보내는 보호자의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은 채
그날의 감정 그대로 남기고자 합니다.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지나온 분들에게
이 글이
조용히 곁에 놓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다음 화에서는 호스피스 병실에서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던 날,
그날의 밤과
마침내 맞이하게 된 순간을 기록합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결국은 와버린 시간,
그날 나는
어떤 표정으로
엄마 곁에 서 있었는지
솔직하게 남겨보려 합니다.
'엄마의 투병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4화 임종 직후, 우리는 같은 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다 (0) | 2026.02.16 |
|---|---|
| 23화 밤을 다 넘기고, 다음 날 오후였다 (0) | 2026.02.13 |
| 21화 병실에서 더 이상 묻지 않게 된 질문 (0) | 2026.02.09 |
| 20화 엄마보다 내가 먼저 준비하고 있었던 것 (1) | 2026.02.07 |
| 19화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 날 (0) |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