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기 시작한 날
그날 밤,
엄마는 병원에 있었고
나는 집에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불을 끄고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하늘 아래 있는데
공간이 다르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혹시 연락이 오지는 않을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알림이 울리지 않아도
화면을 켜고, 또 켰다.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확인할 것이 없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병실에 있을 때는
조금 덜 불안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붙잡히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불안은 더 또렷해졌다.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날 밤도
아무 일은 없었다.
연락도 오지 않았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잠들지 못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간 밤이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이런 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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